(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전화 통화를 갖고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보다 일본 정상과의 소통을 먼저 한 것을 두고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이시바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협력을 강조해 온 지난 정부의 한일관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는 모습도 공개했는데, 이는 정부가 일본을 대하는 기조가 어떤지를 보여 주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정상 간 통화의 대상이 중국이 아닌 일본이 된 것은, 한미일 협력 공고화의 '핵심 고리'인 한일관계의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일본은 물론 미국에도 발신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과 미국 조야에선 한국의 민주당 정권이 과거사 문제에 예민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일관계가 어긋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닌 이시바 총리와 우호적인 통화를 한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이라는 외교의 틀을 깨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의 과거 정부는 정세와 관계의 밀착 수준을 고려해 주요국 정상과의 첫 통화 순서를 택하곤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도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일-중 순서로 통화했다. 위안부 합의를 뒤흔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중-일 순이었다.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확정 첫날 미국과, 그다음 날 일본과 통화했으나 중국과는 2주 뒤 첫 소통을 했다.

이번 통화는 대선 유세 기간 나온 이른바 '쎼쎼(谢谢·고맙습니다)' 발언으로 불거진 '친중'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유세 도중 "중국에도 '쎼쎼'하고 대만에도 '쎼쎼'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가"라고 발언하며 '친중'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미 백악관은 지난 4일 이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평가하며 돌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고 반대한다"라고 밝히며 한국에 '중국에 가까이 가지 말라'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의 통화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리거나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당장 국교정상화 60주년(6월 22일)을 맞는 한일관계를 견인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 통화는 내용이나 순서에서 일본도 반색하고 미국에서도 평가해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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