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줄 알았지만"…'더 매운맛'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재계 '진땀'
이재명 정부 출범 하루 만에…與 "유예기간 없는 상법 개정 재추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 매워진' 상법 개정안 재발의에 나서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폐기된 법안을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경제 법안으로 부활시킨다는 구상인데, 종전과 달리 '유예 기간 없는 즉시 시행'으로 한 발 더 나갔다.
재계도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고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때문이다.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을 공동 재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하루 만이자, 지난 4월 전임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된 지 2개월 만에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주주 확대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 원안 내용을 다시 담을 예정이다. 다만 '3% 룰' 개정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법 시행 시기도 원안의 '공포 후 1년 경과'에서 '대통령이 공포한 즉시'(전자주주총회 제외)로 앞당겼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경제 법안'으로 삼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TF는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법 개정에 대해 '기존 국회 통과된 안을 더 보완해야 하고,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번 선거의 취지를 반영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상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지나치게 빠른 속도"라는 당혹감이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권 교체 후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할 것이란 관측은 일찌감치 나왔었지만, 새 정부 출범 하루 만에 재발의에 나선 건 예기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법 시행 유예 기간을 두지 않은 점도 "대화의 여지를 막은 것 아니냐"는 토로가 나온다.
재계는 그동안 상법 개정안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을 초래해 경영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며 완강하게 반대해 왔다. 소송 리스크가 커지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기업이 신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을 주저하게 되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집중투표제 의무화' 규정을 새 개정안에 포함할 가능성도 재계에 큰 부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 중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이해관계가 다른 소액주주가 경영에 과도하게 참여할 경우 사업 의사결정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계는 한국경제인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를 필두로 정부·여당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만큼 (법안 통과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정권 초기부터 대화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여당으로서도 부담이 크지 않겠나"라고 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지배구조 개편 압력과 M&A 비용 증가 등이 예상된다"며 "상법 개정안 자체의 수정보다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보완 입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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