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학동참사' 내일 4주기…처벌·추모 공간 답보 상태
대법원 선고기일 미정…버스 전시, 트라우마 치료도 진전 없어
'채무' 구상금을 기부금으로 받은 광주시 논란…동구도 예정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17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하거나 다친 광주 학동참사가 4주기를 맞는다.
4년이란 시간 동안 책임자 처벌은 매듭지어지지 못 했고 추모 공간 조성 등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사이 사고 책임 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로부터 받아야 할 채무인 구상금은 지자체가 기부금으로 받아 논란이 일었다.
4년 전인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며 시내버스를 덮쳤다.
종점인 증심사까지 다섯 정거장 만을 남겨둔 상황에 사고가 벌어지면서 버스에 타 있던 시민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검경 수사 결과 공사 현장에 해체 계획서를 무시한 안전 불감증과 공사비 절감으로 인한 날림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참사 발생 4년이 됐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인 포함 피고인 10명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형사재판은 피고인과 검사의 쌍방 상고로 현재 대법원이 법리 검토 개시에 들어간 상태로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추모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왔지만 실제 조성까지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착공 시기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추모 공간은 아파트 외부에 새로 지어질 학동행정복합센터와 광주천을 잇는 연결 녹지에 9그루의 식수를 심고 바닥에 '시간의 순환'을 의미하는 원형 패턴을 새길 예정이다.
그러나 공사 주체가 현산인 만큼 아파트가 일부 준공된 후 조성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사고가 난 운림54번 버스 역시 영구 보존으로 방향이 잡혔지만 이를 전시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논의가 멈춘 상태다.
당시 구조활동을 벌였던 소방·경찰관과 유가족의 트라우마도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관련 법에 따라 치료 대상자가 국가폭력 대상자로 한정돼 있어 진전이 없다.
마찬가지로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현산에 대한 구상금 1억 8000만 원은 최근 광주시가 '기부금'으로 받아 논란이 됐다.
당시 참사 수습을 위해 광주시와 동구가 선집행했던 2억 원 상당은 1차 구상권 청구를 통해 받았지만 남은 사회재난구호금 명목의 1억 8000만 원(시·동구 각 9000만 원)은 현산 측에서 '기존에 지급한 생활안정자금과 중복돼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았다.
광주시는 이 금액에 대한 2차 구상권 청구 시 소송 등으로 이어져 실익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 지난해 12월 현산으로부터 지정기부를 받은 후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해줬다.
구상금은 이른바 채무이자 본질은 손해배상 청구권에 해당하지만 기부금은 대가가 없는 무상인 만큼 개념이 명백히 다르다. 게다가 현산은 10%의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지자체가 법적 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를 우회 수령하고 기업이 치러야 할 책임을 기부로 포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시의 선행 결정 등을 토대로 동구도 현산 측에 이달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9000만 원의 기부금을 받을 예정이다.
희생자를 기리는 4주기 추모식은 9일 오후 4시 10분 동구청 광장에서 열린다.
유가족과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시민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416합창단의 추모 공연을 시작으로 묵념과 헌화, 추도사,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발언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동구청사 내부에는 '내가 살고 싶은 안전한 우리 마을 모습'을 주제로 한 전시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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