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핵심 지역의 신규 주택공급이 사실상 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공급을 좌우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8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최대 50%까지 국가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주택 가격 안정과 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조합원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며 정비사업 추진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서울에서 새 아파트 공급의 80% 이상은 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재초환 부담금이 본격적으로 부과될 경우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 4700만 원, 일부 강남권 단지는 3억 9000만 원에 달하는 부담이 예상되면서, 조합들은 사업 추진을 미루거나 속도를 늦추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모든 조합원을 투기 세력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현재 부담금은 대출 없이는 감당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70여 개 재건축조합이 재초환 부과 중단을 요구하는 공식 요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했고, 관련 청원도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올해 1~4월 서울 주택 착공 누적 실적은 835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했다. 최근 3년 연속 신규 착공이 줄어드는 등 공급절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착공 실적 감소는 3~4년 후 입주 물량 축소로 이어져 집값과 전셋값 상승 등 시장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서울은 멸실주택 증가와 청년·신혼, 1~2인 가구 등 신규 수요까지 감안하면 연간 6만 7000가구 이상의 신규 공급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평균 청약경쟁률 역시 70대 1을 넘는 등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과열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초환의 정책적 목적은 인정했지만, 실제로 주택가격 안정 효과가 불확실하고 미실현 이득에 대한 부담금 부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 부족 등 제도적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재초환이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 분양가 인상 등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실수요자 부담까지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일부에서는 부담금 감면, 산정 방식 조정 등 개편 논의도 있었으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많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애초에 논리적이거나 상식적인 법률이 아니다"며 "미실현 이득 과세, 이중과세, 형평성 문제 등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산정 금액 역시 고무줄처럼 들쑥날쑥해 논쟁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여러 규제 중에서도 재초환은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라는 게 현장 분위기"라며 "재초환은 재건축 자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존치하는 한 서울에서 신규 주택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재초환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입법권력을 가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시행해보고 부담을 판단해야 한다"며 제도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재초환은 지금은 맞지 않는 옷"이라며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법 개정에는 국회 동의가 필수여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처럼 재초환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난이 장기화되면, 집값과 전셋값 상승, 실수요자 피해 확대 등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와 지지율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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