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술접대' 파기환송심, 김봉현에 벌금…"향응액 100만원 넘어"(종합)
재판부 "심부름 비용·여종업원 접객 비용 포함해서 계산해야"
접대 받은 검사, 벌금 1000만원…지난달 징계 받고 사직 의사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전·현직 검사 술 접대 의혹 파기환송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9일 오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김 전 회장에게 300만 원을 선고했다.
향응을 받은 검사 나의엽 씨와 동석한 변호사 이 모 씨는 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나 씨에게는 추징금 101만 9166원이 부과됐다.
나 씨는 지난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업소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100만 원 이상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이 변호사와 김 전 회장은 장시간 술자리에 동석하며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각각 받았다.
재판부는 "환송 취지에 따라서 계산하면 피고인 (향응액을) 101만 9166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서 향응가액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것을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 초과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향응 금액에서 직원 심부름 비용 10만 원과 동석자가 8명의 여종업원을 부르는 데 쓴 96만 원 등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봉현은 유흥주점의 단골고객이었는데 이런 비용까지 계산해서 청구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주장"이라며 "이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종업원 비용에 대해서는 "동석자가 와서 여종업원이 차례로 들어왔고 96만 원이 새로 지불됐다"며 "여종업원이 동석자를 위해서만 접객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나 씨가 공정함이 요구되는 검사임에도 향응을 받은 점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검사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을 유지해야 함에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며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당초 김 전 회장이 나 씨와 이 변호사에게 1인당 114만 5333원어치 술값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1·2심은 '참석자가 7명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향응비를 1인당 93만 9167만 원으로 보고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김 전 회장이 제공한 술 접대 비용을 참석자별로 다시 계산할 경우, 나 씨의 향응 금액이 100만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나 검사를 비롯한 검사 3명, 이 변호사가 술자리를 시작한 시점은 오후 9시 30분쯤이다.
다른 호실에 있던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오후 10시 30분쯤 합류했다. 20분 뒤 김 전 행정관이 추가로 합류해 10분쯤 머물렀고 검사 2명은 자리를 떴다. 나 검사는 오후 11시 50분쯤 술자리를 떠났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 2명 사이에 향응 가액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에 더해,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행정관이 제공받은 향응 가액을 나 검사와 동일하게 평가·산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9일 나 씨에 대해 품위손상을 이유로 정직 1개월에 349만 원의 징계 부과금을 결정했다. 징계 결정이 내려지고, 약 2주 뒤 나 씨는 사직 의사를 밝혔다.
archive@coh4x.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