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정점' 향하는 경찰 사정 칼날…'尹 출석 요구' 초읽기
경찰, 연이은 김성훈 전 경호차장 조사…윤석열 출석 요구 임박
경호처에 막혔던 내란 수사…특검 출범 전 막바지 경찰 수사 박차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한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재소환해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 정황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쏟고 있으며, 조만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사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은 4일 김 전 차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최근 김 전 차장을 여러 차례 불러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부 비화폰 기록이 삭제된 정황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경호처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비화폰 서버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비화폰 사용자 기록이 삭제된 정황을 확인하고 증거인멸 혐의를 수사 중이다.
김 전 차장은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12월 6일 비화폰 기록 삭제 직전 조태용 국정원장이 경호처와 협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원장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조만간 박 전 처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윗선이 윤 전 대통령인지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놓고 "원칙적으로 피의자 조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고발장 접수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을 지난 2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다. 해당 혐의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인 탓에 형사 소추되지 않았다. 그러나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관련 수사가 진행돼 왔다.
김 전 차장, 박 전 처장 등 경호처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윤 전 대통령 출석 요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점 '윤 전 대통령'을 향한 경찰의 비상계엄 수사는 경호처에 가로막혀 있었다. 경찰은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총 6차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모두 경호처의 제지로 불발됐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등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대통령실과 경호처 경내 진입을 막아왔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 4월 16일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시도 불발 이후 경호처가 임의제출 방식으로 비화폰 서버 기록을 포함해 자료를 최대한 제출하기로 협의하면서다. 이후 경찰 특수단은 지난달 22일 윤 전 대통령, 박 전 경호처장 및 김 전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임의제출 받아 비화폰 통화 기록과 문자 수발신 내역 등을 확보했다.
또 경호처로부터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6시부터 12월 4일까지 대통령 집무실 복도와 국무회의가 열린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의 내란 혐의 조사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이들은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이들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쟁점은 이들이 계엄 관련 '지시사항' 내지는 '문건'을 받았는지 여부다.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확보'를 지시하는 계엄 문건을 받았다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경황이 없어서 보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관련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당시 국회 대리인단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장관과 조태용 국정원장, 한 전 총리에게 관련 문건을 줬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가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멀리서 얼핏 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이들이 문서를 확인하거나 윤 전 대통령으로 지시를 받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이들을 일제 소환해 9시간 이상의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과 비슷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5일 '내란 특검법'(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특검법을 공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란 특검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출범할 것으로 보이며, 경찰은 남은 한 달여간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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