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을 받은 지 8일째를 맞은 이란이 군사개입이 임박했던 미국으로부터 2주의 시간을 벌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이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 협상이 이뤄질지 여부에 따라 2주 이내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결정은 미루고 있다. 또 "내가 이란에 대해 무엇을 할 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호한 태도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려는 압박 전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군사 개입을 지지하는 강경파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는 마가(MAGA) 지지층 사이에서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주라는 시간을 놓고 외교적 해결을 위한 막바지 노력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E3)과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며 20일 이란 측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외교장관급 핵 협상에 나선다.

미국이 제시한 2주간의 시간은 사실상 유럽 외교관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협상을 앞두고 미국과의 사전 조율을 위해 워싱턴DC를 찾은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외교적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는 2주간의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외교가에서도 이번 회담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협상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현상 유지'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과 외교적 해결 사이에서 선택지를 고민하는 동안 이란은 최대한 대화로 상황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에 어느 때보다 트럼프가 강하게 동조하고 있는 만큼 이란이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타결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대외적으로는 '공습 중에는 협상도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전투가 시작됐다"고 선언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물밑으로는 미국과 계속해서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외교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분쟁 발발 이후에도 트럼프의 사십년지기 친구이자 해결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전했다.

한 중동 지역 외교관은 로이터에 "아라그치 장관은 위트코프 특사에게 이스라엘에 전쟁 종식을 압박한다면 핵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위트코프 특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과 이란의 막후 소통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미국과의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며 반미 시위가 벌어지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남은 2주간의 대화에서 이란이 '선 공격 중단' 입장과 이스라엘의 '선 위협 제거'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외교적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이 군사 개입을 선택하는 게 오히려 외교적 해법을 도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예비역 육군 대장은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첫 번째 선택지인 군사적 개입이 두 번째 선택지인 외교의 기회를 끝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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