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중국 내 공장에 미국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는 현재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 중국 내 자사 공장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포괄적 편제 조치를 받고 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담당 차관은 이번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에 해당 면제 조치를 철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밝혔다.

관계자들은 케슬러가 이번 조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핵심 기술 통제 강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관계자는 상무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 전면 제한도 검토했지만 지금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규제가 해당 기업들의 중국 공장을 즉시 폐쇄하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반도체 업체들이 향후 중국 공장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이) 미국산 장비를 일본 및 유럽산 장비로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 등에, SK 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충칭, 다롄에, TSMC는 상하이와 난징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국의 면제 철회 조치와 관련해 자국 정부에 통보했고, 지원을 요청했다.

WSJ은 한국과 대만이 최근 수년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해 "반도체 업체들은 여전히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반도체 관련 조치는 중국에 수출하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 적용하는 허가 요건과 유사하며 미국이 공정하고 상호적인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 협상 결과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면서 양국 간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도 있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와 자석 수출 규제를 제한적으로 풀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을 다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은 상호 피해를 주는 새로운 수출 통제나 기타 조치를 자제하기로 했다.

다만 행정부 내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 찬반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BIS도 국방부를 포함해 다른 부처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슬러 차관을 포함한 강경파들은 중국의 핵심 산업 발전을 저지하고 중국 외 공급망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번 조치를 지지하고 있으나 반대파들은 면제 조치를 철회할 경우 중국 기업들을 강화시키고 중국이 공장 통제권을 쥐게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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