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잔잔하던 수면 아래서 갑작스레 강력한 폭발이 일어납니다. 다리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지고 검은 연기가 수면 위로 피어오릅니다. 충격의 여파는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데요.

3일(현지시간) 오전 4시 44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크림대교를 정밀 타격하는 해상 특수전을 감행했습니다.

이번 작전에는 장거리 수중 드론 ‘마리치카(Marichka)’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전반경 1천 km, 길이 6m에 달하는 마리치카는 러시아의 전자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죠. 우크라이나군의 수중 드론은 TNT 기준 1t 급 폭약을 싣고 케르치 해협을 은밀히 통과해 교각 하부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어 대교의 중간 지점에서 정확히 기폭 됐습니다.

이 폭발로 대교의 주요 경간을 떠받치는 구조물에 큰 타격이 가해졌는데요. 이번 공격으로 크림대교는 수개월에 걸친 대규모 수중 정밀 점검과 복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실제로 폭발이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고 대교는 계속 운행 중이다”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기반시설을 공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반면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대교의 가장 핵심이자 복잡한 부분”이 손상됐다고 밝혔습니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잇는 크림대교는 러시아 군사물자의 핵심 보급로로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병력과 물자를 공급하는데 사용돼 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7억 달러, 우리 돈으로 5조원을 들여 건설한 이 다리는 2022년, 2023년에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은 바 있죠.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감행된 ‘스파이더웹’ 작전으로 러시아 전략폭격기 34%를 무력화시킨데 이어 수중 작전으로 크림반도까지 강타하며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례 없는 우크라이나군의 연속 공격에 푸틴은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대표는 이번 드론 공격을 “러시아 핵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 규정하며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거론했죠.

미국 역시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 특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3대 핵전력(전략 폭격기, ICBM, SLBM)이 공격받을 경우 상황이 급격히 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켈로그는 “핵전력을 공격한다는 건 단지 무기 체계만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심리적 충격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댄 콜드웰 역시 “이번 사태로 확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이번 공격과 확실히 선을 긋고, 러시아의 전략핵 자산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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