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장관 "관세 안 사라져"…韓 기업 생존, 새 정부 협상에 달려
법원 상호관세 제동에도 대체 근거 마련·품목관세 대응 전망
英, 협상으로 車 관세↓…새 정부 출범 후 본협상 기대감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상호 관세에 대한 90일 유예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상호관세 시행을 중단하라고 판결했지만 법정 다툼을 이어가면서 대체 법률 마련 등을 통해 관세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근거한 것이어서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관세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오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상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세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권한이 박탈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관세를) 발동할 수 있는 다른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통상 분야 1심 재판부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 국제무역법원(CIT)이 지난달 28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권한 남용이라며 시행 중단을 명령한 뒤 나온 발언이다. 다음 날 2심 재판부인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CIT 판결 효력을 일시 중단했다.
무역협회는 CAFC가 최종적으로 CIT 판결을 뒤집으면 상호 관세 조치는 유지되지만 법정 공방이 연방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CIT 판결이 유지된다면 대체 법적 근거에 기반한 관세 정책으로 선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호관세가 아니라도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근거해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는 부과할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수입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조항에 근거해 철강, 자동차에 대해 관세가 부과 중이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다.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기업에 미국의 관세 부과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및 그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힘겨운 상황이다. 미국은 현대차(005380)그룹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25%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GM, 포드 등 미국 브랜드와 가격 경쟁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50%로 상향이 예고돼 시름이 더 깊다.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 비중은 약 13% 수준이며,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수출이 많아 중요한 시장이다.
전자업계도 민감하다.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는 관세 예외가 적용된 멕시코 공장을 통해 미국향 냉장고와 TV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다.
결국 개별 기업의 관세 대응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영국의 경우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대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철강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또 롤스로이스, 벤틀리, 애스턴마틴 등 영국산 완성차 10만 대 물량에 한정해 25%인 관세를 10%만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 한미 협상은 본협상에 올릴 세부 안건에 대한 윤곽을 잡기 위한 기술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내각이 구성되면 협상이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성대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기술 협의는 정부와 상관없이 서로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의 대화이기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확한 협상의 방침이 세워지고, 그에 맞춰서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산업부가 경제계 의견을 들어와서 협상 기조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새 정부의 우선순위라든지, 절대 불가한 레드라인이라든지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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