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분들 라면 먹고 가세요"…호프집서 나누는 삶 실천하는 모자
[인터뷰] 전주 효자동 이옥자·최현호씨
"힘든 이에게 도움주고파"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라면 한 그릇 드리고 싶어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옥자 씨(69)와 그의 아들 최현호 씨(39).
"배고팠던 기억이 있어서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한테는 늘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한목소리로 이야기한 모자는 지난 1월 해당 호프집을 오픈했다.
그리고 평소 관심 있었던 '나눔'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만난 이들 모자의 가게에는 '배가 고프신 분들 들어오시면 라면 또는 밥 드립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돈이 없는 학생이나 독거노인, 몸이 불편하신 분들 편하게 들어오세요. 가난하고 불우하신 분들의 배고픔을 압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실제 가게에는 배고픈 이들에게 끓여줄 라면도 준비 해놓은 모습이었다.
아들 최현호 씨의 아이디어로 가게에 이런 메시지를 붙이게 됐다던 이옥자 씨는 "예전에 우리가 너무 힘들게 살았던 기억이 있어서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며 "일을 하면서 돌아다닐 때 배고픈 저에게 밥을 주셨던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늘 있어서 베풀고 싶었는데, 아들의 아이디어로 이렇게 글을 써 붙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 씨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최 씨는 "원래는 일을 해서 수익이 생기면 자선단체에 늘 기부를 해왔었다"며 "부자는 아니지만 번 만큼 남에게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기부 외에도 이웃을 위한 과자와 물, 옷 등의 물품을 종종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최 씨에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최 씨는 "(돈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공평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것"이라며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돈이 많진 않지만, 배고픈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모자의 가게는 매출 상황이 좋지 않다. 가게를 연 지 5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한 테이블도 받지 못하고 귀가하는 일이 왕왕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모자는 배고픈 이들이 언제든 가게를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한다.
최 씨는 "장사가 안되는 날이 훨씬 많다. 가끔은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그래도 정말 어려운 분들은 눈치 보지 말고, 들어오셨으면 한다. 배고픈 분들은 라면이나 밥, 하다못해 계란프라이라도 드릴 수 있으니 편하게 오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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