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소원부터 대법관 증원까지…사법부 지각변동 생기나
헌재법·법원조직법 개정 추진…헌재 힘 싣기·대법 권한 분산 분석
재판 확정 두고 기싸움 본격화 양상…"기본권 보호 위한 논의해야"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위상을 좌우할 만한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사법 체계에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전날(23일)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나란히 발의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에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법원조직법에서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출신 공공기관 법률 담당자 △변호사 출신 법학 교수 등으로 제한한 대법관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대법관 정원을 현재 14명에서 최대 3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최대 3분의 1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인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이 같은 날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법연구관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에도 법원 판결의 위헌 여부까지 헌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1소위에 회부한 바 있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 등에 한정된 헌재의 심판 대상을 법원 판결까지 넓히려는 것이다.
일부에선 일련의 법 개정 추진이 헌재에 힘을 실어주고 대법원 권한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재판소원은 사실상 재판 확정 권한을 대법원에서 헌재로 옮기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두 기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와 대법원은 한정위헌·재판 취소를 둘러싸고 지난한 갈등을 이어왔다.
헌재는 1988년 출범 이후 법률·법 해석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한정위헌)으로 세 차례에 걸쳐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했고, 대법원은 번번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재판소원 도입 논의로 두 기관 간 갈등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에 관해 "사실상 4심제"라며 반발하는 반면, 헌재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개정안에 '기속력'을 명확히 해 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헌재는 최근 재판 취소 사건의 후속인 KSS해운의 행정부작위 위헌 확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면서 심리 사실을 이례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과 헌재는 각각 KSS해운에 대한 과세당국의 처분에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이후 헌재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현재까지 판결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는 두 기관의 기 싸움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우려 목소리를 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와 대법원이 정치권의 이해를 옮겨온 논의를 기반으로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공통 목표 아래 사법 체계의 근본을 논의하는 과정이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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