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 때문에 못살겠어요"…거리로 나온 헌재 주민들 '울분'
"집회로 길에 쓰레기·담배꽁초…시끄러워서 잠도 못 잤다"
조만간 구청·경찰서 민원 요청…경찰 "경비 완화 어려워"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6일이 지났지만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도로는 여전히 경찰버스로 차단된 가운데 참다못한 주민들이 헌재 앞으로 나와 울분을 터뜨렸다.
가회동 주민자치위원회 소속 주민들은 10일 오전 헌재 인근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개월 동안 불편을 느끼는 데 지쳤다"며 "경찰버스로 차단된 도로를 언제 풀어줄 건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앞 도로를 주민에게 돌려주세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여기는 인근 상인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상인들의 영업권도 존중해 주세요' 등 손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나섰다가 제지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헌재 주변 100m 이내는 집회·시위가 금지돼 있다'는 법 규정을 들어 집회를 기자회견 방식으로 변경하도록 안내했다.
문형식 가회동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58)은 "헌재 판결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차벽에 둘러싸여 있고 주 통행로가 막히다 보니 주민들이 굉장히 불편하다"며 "길을 우회해서 가는 데 1시간씩 걸리고 택시도 안 들어오는 데다 하다못해 배달도 잘 안 해주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문 부위원장은 "외부 사람들도 못 들어오게 이렇게 다 막아놓으니까 상인들은 생계가 위협받을 정도로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가회동에서 28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안병렬 씨(63·남)는 "벌써 이게 세 번째(탄핵)인데 그때마다 이 동네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헌재를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씨는 "마을버스는 못 다니게 하면서 자가용은 통행시키더라"며 "강남 아파트 같은 곳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주민들도 저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차를 타러 멀리 나가셔야 한다", "주민들이 점잖게 참고 사니까 우습게 보이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지난 수개월간 헌재 인근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 시위로 인해 불편했던 점들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씨는 "85세 어르신이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주무실 정도였다고 우시더라"며 "집회 때문에 길가가 쓰레기로 넘쳐나고 담배꽁초 아무 데나 버리고 침 뱉고 초등학교 앞에서 큰 소리로 욕하는 걸 많이 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재동초 주변에서는 흰색 르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대형 스피커를 달고 계속 돌아다니며 시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경찰을 향해 "저런 차량이나 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경찰은 헌법재판소가 국가 중요시설인 만큼 시설 보호 의무가 있어 곧바로 통제 조치를 해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조만간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에 통행 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가회동 주민들과 면담을 갖고 헌재 앞 도로 통행 제한을 완화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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