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4300㎞ 밖 러 비행장 기습…10조어치 폭격기 41대 파괴
4개 공군기지 인근에 드론 117대 접근시킨 뒤 불시 공격
젤렌스키 "1년 6개월 9일 준비…러 전략폭격기 34% 파괴"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러시아와의 2차 직접 협상을 하루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시간) 최장 수천km 러시아 내륙으로 침투시킨 드론으로 러시아 공군 핵심 자산인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와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당국자는 1년 6개월 이상 기획한 이번 작전은 '거미줄' 작전으로 명명됐다고 소개하며 이 같은 성과를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일인칭 시점(FPV) 드론을 탑재한 컨테이너 트럭을 육로를 통해 러시아 4개 공군 기지로 접근시킨 뒤 컨네이너 지붕을 열고 드론을 날려 기지 내 전략폭격기를 겨냥했다. 이들 폭격기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대상으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일인칭 시점 드론은 조종사가 조종기가 연결된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글을 착용해 마치 드론에 직접 탑승한 것처럼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조종해 정확도를 높인다.
공격 대상인 4개 공군 기지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에서 43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 기지였다. 그 외 러시아 무르만스크주 올레냐 공군 기지, 랴잔주 댜길레프 공군 기지, 이바노보주 이바노보 공군 기지도 공격 대상이었다.
이번 작전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보유한 순항미사일 전략폭격기 3분의 1 가량을 파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 게시물에서 "총 117기의 드론과 그에 해당하는 드론 관제요원이 투입되었다"며 "공군 기지에 배치된 순항미사일 전략폭격기의 34%에 명중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장거리 작전으로, 역사책에 남을 만한 매우 훌륭한 성과"라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에 1년 6개월 하고도 9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번 작전의 러시아 영토 내 안가(office)가 그 지역 러시아보안국(FSB) 본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보당국의 무능을 조롱한 것이다.
공격받아 파괴된 러시아 폭격기 종류는 A-50, 투폴레프(Tu)-95, Tu-22 M3 등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약 70억 달러(약 9조7000억 원)에 달한다. 주요 러시아 공군 기지에 배치된 순항미사일 전략폭격기의 34%가 무력화된 것이자 매우 고효율의 공격이기도 했다. FPV 드론은 대당 수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전략폭격기 한 대, 예를 들어 Tu-95 폭격기 한 대는 약 2600만 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1일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공격을 확인하고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드론이 이륙한 트럭 운전사를 포함해 여러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전에 관여한 사람들이 "적시에 러시아 영토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실 말리우크 SBU 국장이 직접 작전을 지휘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작전을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기습 작전은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날아올 때마다 격추했다고 자랑해 온 러시아에는 큰 충격이었다.
목표 지점이었던 벨라야 공군기지가 위치한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주지사 이고르 코브제프는 "시베리아에서 이런 종류의 공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인 라이바르(Rybar)는 이번 공격을 러시아에 "매우 큰 타격"이라고 칭하며 러시아 정보기관이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번 작전은 2차 휴전 협상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지난달에 이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일 러시아 관리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 회담에 가기 전 자체적인 평화 조건을 마련했지만, 협상장에서 설명하겠다며 공개하지는 않았다.
한편 러시아도 1일 하룻밤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 최대 규모로 러시아 드론 472대와 미사일 7발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대피소에 있었음에도 우크라이나 군인 12명 이상이 사망했고 60명 이상이 부상했다.
또한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 지역의 또 다른 마을을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 마을에 대한 새로운 지상 공격을 감행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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