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이재명 당선 1면에 상세 보도…"실리 외교"에 기대와 경계
G7 혹은 나토회의 계기 회담서 나올 국교정상화 60주년 메시지 주목
실용외교 노선 추구하지만 반일 발언도…"경계심과 낙관론 공존"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언론들이 4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이달 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주목했다.
일본 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노선과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의 지속 여부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과거사 등 현안에 관한 입장 변화 가능성에 경계심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소식은 일본 야구 전설 나가시마 시게오의 별세 소식과 함께 일본 주요 매체들의 메인 화면에 실렸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소식으 전하며 그의 승리 배경으로 "선거전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무당파층에 대한 지지 확대를 도모했다"며 "보수층의 이탈에도 힘을 쏟아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보수계 후보들의 단일화가 실현되지 않은 것도 이 대통령의 승리 요인이라고 짚었다.
일본 매체들은 이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6월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 요소다.
마이니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심화하고 있어 불안정한 안보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으로서는 이 시점에서 대일 관계 악화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는 이 대통령의 외교 참모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일 간의 더 많은 협력은 시대의 요구"라고 발언한 점을 언급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익명의 한국 전문가를 인용해 "이 대통령은 이념보다 실리로 사물을 판단하는 인물"이라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이익이 된다면 그리하겠지만 일본과 대립하는 게 플러스가 된다면 강경한 자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일본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해 온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했지만 "침략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과 싸워야 할 부분에선 싸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전 막바지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의 세계기억유산에 등록 신청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아사히는 한일 양국의 국민감정이 최근 양호한 편인 점을 짚었다. 또 과거 한국 대통령들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 활용해 온 대일 강경 태도가 이제는 여론에 통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일본 정부 내에서 뿌리 깊으며, 이로 인해 경계심과 낙관론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사히는 이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북한과의 연락 채널도 복원하겠다고 발언한 가운데 일본 외무성에는 "한국이 북한이나 중국에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대일, 대미 정책 기조도 변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일 간에는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한반도 출신 노동자 추모 행사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상해 양측의 의사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5건의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이미 유죄가 확실시되는 사건도 있다고 전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는 이 대통령의 면책을 위한 법안을 잇따라 제출한 것을 산케이는 "노골적인 사법 장악 움직임"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행보가 지속된다면 여론의 급격한 지지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산케이는 지적했다.
산케이는 대선으로 연기된 각 사건의 공판이 재개된다면 현직 대통령이 벌금형을 받거나 수감되는 전례 없는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고는 있으나 일본의 정계 및 재계와 직접 연결되는 인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대일 관계에서는 지일파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윤 의원은 2022년부터 2년간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지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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